테크놀로지, 과학

히로시마 낙진에서 초기 태양계를 엿보다

Cest La Vie :) 2024. 3. 12. 23:25

히로시마이트라고 불리는 유리 조각

태양과 행성을 형성한 것과 유사한 과정에 의해 형성되었을 수도...

 

1945년 8월 8일 원자폭탄 공격 후 일본 히로시마. (이미지 출처: Pictorial Press Ltd / Alamy 스톡 사진)

 

태양과 행성을 탄생시킨 가스와 먼지 구름의 상태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가진 몇 가지 정보는 45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때 형성된 고대 물질 속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물질은 몇 가지 잠재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구 및 행성 과학 저널(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를 초토화시킨 원자 불덩어리가 만든 작은 유리 구가 지구에서 형성된 대부분의 물질과 뚜렷이 구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물질들이 형성된 초고온 환경은 오히려 태양이 형성된 태양 성운과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우주화학자 그렉 브레네카는 "우리는 이러한 극한 조건에 접근할 기회가 많지 않으며, 이와 같은 샘플을 사용하는 것은 초기 태양계에 존재했던 조건을 활용하는 흥미로운 방법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재앙적인 불덩어리


1945년 8월 6일, 미국 B-29 슈퍼포트리스 폭격기가 히로시마 상공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16킬로톤의 폭탄이 도시 반 킬로미터 상공에서 폭발하자 직경 260미터(850피트), 온도 6,000°C(10,832°F) 이상의 불덩어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폭발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고, 14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리, 콘크리트, 금속 등 도시 자체의 재료가 기화되어 폭탄이 만들어낸 과열된 플라즈마 속에서 오타 강의 공기 및 물과 섞였습니다. 불덩어리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이 물질에서 형성된 물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원들은 80여 년 후 히로시마만의 해변에서 작은 유리 조각의 형태로 된 이 파편의 증거를 처음 발견했고, 이를 히로시마이트라고 명명했습니다.

 

파리 지구물리연구소의 우주화학자이자 박사 과정 학생인 네이선 에셋과 그의 동료들은 유리의 형성 과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X-선 분광법, 전자 현미경, 질량 분석법을 사용하여 20개의 히로시마 유물의 화학, 형태, 동위원소 조성을 연구했습니다.

 

에셋은 연구진이 가장 주목한 것은 안경에 포함된 실리콘과 산소의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동위원소 혼합을 가진 다른 물질은 콘드라이트(chondrite)로 알려진 일종의 운석에서 발견되는 작은 유리 조각뿐입니다. 칼슘-알루미늄이 풍부한 내포물(CAI)과 아메보이드 감람석 응집체라고 불리는 이 조각들은 태양과 행성이 형성된 뜨거운 가스 구름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브레네카는 이 파편들을 언급하며 "최초의 고체이기 때문에 태양계가 만들어진 최초의 스냅샷을 보여줍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45억 년의 시간이 그 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 운석 내포물은 태양과 행성이 얼마나 빨리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태양 성운의 진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태양계 초기에 존재했던 원소와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어 당시의 화학 반응에 대한 정보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동위원소 단서 읽기

 

에셋은 히로시마 원폭이 개별 질량에 관계없이 동위원소를 분리하거나 분열시키는 조건에서 형성되었다는 신호였다고 말했습니다.

 

"지구와 태양계의 거의 모든 과정은 질량 의존적 분별을 보여줍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반면에 질량 독립적 분별은 "태양계에서 매우 드문데, 그 이유는 그것을 생성하려면 매우 특정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운석에서 발견되는 CAI는 질량 독립적 분별의 유일한 자연적 사례입니다. 과학자들은 왜 이런 식으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는데, 한 가지 이론은 태양계 초기에 가까운 초신성이 발견되는 동위원소의 혼합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이론은 태양 성운의 독특한 화학 반응이 독특한 동위원소 특징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에셋은 히로시마이트의 분석 결과 후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유리와 CAI 사이의 유사성이 원자 폭발과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동일한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히로시마 폭발이 태양계 초기에 존재했던 조건을 재현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건 모두 고온과 일부 동일한 원소를 포함했지만, 히로시마 폭발은 우주의 진공 상태가 아닌 지구 대기권에서 발생했으며 훨씬 더 높은 압력을 수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건은 동일한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할 만큼 충분히 유사점을 공유했을 수 있다고 에셋은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광물학자인 한스-루돌프 웬크는 히로시마 암석을 규명한 기존 논문의 저자이긴 하지만 새로운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유리의 구성에 대한 추가적인 통찰에 흥미를 느꼈지만 콘드라이트의 CAI와 비교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히로시마 피폭자와 CAI를 직접 비교하는 더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웬크는 말했습니다.

 

그런 데이터가 곧 나올지도 모릅니다. 에셋과 그의 공동 저자들은 현재 실험실에서 이러한 조건을 재현하고 이론을 더욱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livescience